"새로운 문학은 가능할까?"
금정연과 정지돈의 시론이라고 보면 되겠다. 위트 넘치는 책이었고 한국 문단의 등단시스템 즉 관료제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고 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관료제 유토피아>에서 규제철폐나 세계화 같은 단어들이 실제 그 의미와 얼마나 반대되는 것인지를 말한다. 중요한 건 규제철폐와 세계화 이후 관료제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어느때보다 극심한 자격증과 서류절차 공무원들이 들끓는 곳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한국문학은 관료제다. 물론 약간의 비약을 허락해준다면." (pp.147-148)
내가 맞게 읽은 게 맞다면 새로운 문학이 없는 이유에 대해 두사람은 첫번째 이유로 등단시스템을 들고 있는 것이라 짐작된다.
"결국 사람들이 집착하는 건 재밌는 이야기, 기발한 아이디어, 또는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는 것. 독립출판을 하는 이들은 실험적이거나 고전적인 작업을 하(려고 하)즌 이들인데 소설은 굉장히 퇴행적이라는 사실은, 이들이 소설에 대해 사실은 굉장히 관심이 없다는 것, 이를테면 미술은 현대미술이나 추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문학에 대해서는 미술로 치면 인상파 이전의 인식, 현실이나 관념을 모사해내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한 아이러니에 대해 말했다." (p.33)
"수상작이라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야지, 하는 식의 고려 역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금이 수천에서 수억이니까요. 결국 동글동글한 작품만 뽑힐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적잖은 상금이 걸린 장편 공모전에서 실험적이거나 문제적인 작품에 상을 준 적이 있나요? 작가들은 앞으로 점점 더 상이 요구하는 기준(그게 도무지 뭔지 모르겠지만)에 맞춰 글을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p.49)
얄팍한 독자의 입맛과 출판사 사정이 맞물려 문학의 정상성이 상정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무엇이란 안티테제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구조와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만 비로소 새로움은 탄생하는 것이다.
"너무 흔히도 예술작품은 오로지 무엇을 의미하는가로 평가받았지 그것이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이 없었다." (p.158)
"어떤 내용의 소설을 쓰느냐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의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p.159)
제롬 라베츠가 비판과학의 기치를 내세우며 1992년 그 유명한 토마스 쿤의 정상 과학 개념을 확장시킨 탈정상 과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한 것은 자연스럽게 독자로하여금 정상문학이라는 개념과 탈정상문학이라는 개념과 범주를 환기시킨다.
탈정상문학에 대한 두 사람의 고찰은 책을 통해 접하길 바란다.
'summ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이지, 콘텐츠의 사회학 (0) | 2018.06.17 |
---|---|
마에다 아이, 문학 텍스트 입문 (0) | 2018.06.10 |
가토 노리히로, 분열의 제상<패전후론>summary (0) | 2018.04.25 |
사사키 기이치, 탈출과 초극-<모래의 여자>론 summary (0) | 2018.04.25 |
波辺淳「安部公房の方法」『安部公房・大江健三郎』일부 번역 (0) | 2018.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