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세 가지 근본 활동인 '노동', '작업', '행위'를 구분한다. 노동이 물질대사와 같이 반복되고 소모되어 사라지는 것이라면, 작업은 건축물과 같이 영속성을 띠는 것을 말한다. 행위는 작업의 영역에서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것, 다시 말해 정치적인 영위다. 셋 중에서 문학은 작업의 영역에 속한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작가가 죽은 뒤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인생을 풀요롭게 한다. 독자들은 문학 작품을 읽음으로써 인간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적어도 근대문학에 있어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통념이다.
그에 반해 '텔레비전 드라마'는 노동의 영역으로 소비되는 속성이 있으며 영속성을 띠지 않는다.
노동과 일의 경계선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인간은 노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작업의 영역에서 더욱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다. 작업이 차츰 노동처럼 되어 갈 때 문화의 위기가 생긴다. 이것이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문화 위기론의 요체다." (pp.6-7)
"한국 문학은 대중문학이나 대중문화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몰아내고 상대화시킴으로써 독자들 위에 군림해왔다. 분명히 한국문학은 '구별 짓기'를 통해 독자들을 선택해 온 면이 있다. 그러나 근대문학은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렇다면 근대문학이 종말을 맞은 이후의 문학은 도대체 어떤 것이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것에 대해 <동물화 하는 포스트모던>의 아즈마 히로키는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 게임 등 일본의 서브컬처를 중심으로 그 가능성을 탐색한 바 있다.
이 책은 엔터네인먼트 영역의 작품들, 혹은 서브컬처로 불리는 영역의 작품들을 주요 관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필자는 '이야기'의 차원에서라면 문학과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드라마,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쇼 오락프로그램이나 대중음악등을 한데 묶어 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pp.8-9)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내면에서 '근대문학 이후'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의 시급성과 결합하면서 차츰 강한 당위성을 띄게 되었다(p.9)고 밝히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본 서가 오쓰카 에이지나 아즈마 히로키 등의 요설을 잘 정리하고 있다고 느끼며,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학, 좁은 의미에서는 문화평론에 밀접한 내용이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내용이란 책의 부제인 포스트모던의 새로운 신들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것이었다. 심급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 새로이 부상하는 문화콘텐츠의 면면을 어렵지 않게 분석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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