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2018. 4. 25. 16:16
가토는 전후를 패전 직후와 우리들이 현재 살아 오고, 살아 가고 있는 현재로서의 전후로 광의의 의미로 잡고 있는데 이러한 전후라고 하는 시대의 본질은 일본이라고 하는 사회가 이른바 인격적으로둘로 나뉘어버렸다고 하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 사회에서 개헌파와 호헌파, 보수와 혁신이라고 하는 대립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지킬과 하이드씨 등의 여러가지 분열된 인격의 한조각의 표현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Posted by prajna_
summary2018. 4. 25. 16:01
전후문학은 위기적 정황을 배경으로서 인간의 우명의 비극성을 그리고 있으나, 그러한 위기적 정황 속에 있어서정황을 초극하는 기회를 잡는 일은 거의 성공하지 않았다.
<모래의 여자>에 있어서 주인공과 여자와의 관계는 <백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로맨틱하지 않다. 그것은 건조한 관계여서 정상적인육체를 갖는 일체의 남녀의 자와 웅으로서의 보통의 정상적인 관계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니다. 
일상성을 잃어버린 이상상태라고 하기 보다는 일상성이 한껏 왜소해진 극한이라고까지 말할수있는 정황인 것이다.
작자 아베 고보는 일상생활로부터의 도망과 탈출을 꿈꾸는 로맨티즘의 대상으로서 위기를 포착하는 대신 일상생활의 정수를 다름아닌 위기적 정황으로서 포착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작품은 전후문학을 전환하는 기점을 마련하는 중요한 의미를 짊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prajna_
일상 끄적끄적2018. 4. 21. 15:59

 

 

나는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그 시가 내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져버린 적이 없다.

 

 

 

이 시가 가장 나를 울리는 부분은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고 하는 부분이다. 태양은 가슴을 쥐어 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고양이는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여자는 카모밀 차를 홀짝 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한데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고 옆으로는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이 남자는 곧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며 나 또한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질 운명의 인간이다.

이렇게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 속 꿈동산 속에선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초정도가 지난다. 무심한 슬픔. 길들은 사방에서 휘고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는 침묵이 새는데 고요하고 평화로운 십오초.

무심한 슬픔. 나의 슬픔을 먼 바리에서 지켜보는 듯한, 그런 무심한 슬픔.

이 시의 정념이 폭발하지 않는 부분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의 그 찰나의 십오초를 나는 정말 좋아한다. 내 슬픔을 가만히 바라다보는 그 십오초를.

 

 

"전날 벗어놓은 바지를 바라보듯 생에 대하여 미련이 없다..꽃말의 뜻을 꽃이 알리 없으나 봉오리마다 비애가 그득했다..그때 생은 거짓말 투성이였는데 우주를 스쳐 지나는 하나의 진리가..서편 하늘을 뒤덮기도 하였다..그때 하늘 아래 벗은 바지 모양 누추하게 구겨진 생은 아주 잠깐 빛난느 폐허였다. 장대하고 거룩했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런데 슬픔이 없는 십오초가 생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얘기하는 시라면 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는 사자의 입장에서 생을 이야기한다는 게 하나의 재미포인트랄지. 꽃말의 뜻을 꽃이 알리 없으나 봉오리마다 비애가 가득했던 생은 우주를 스쳐 지나는 하나의 진리가 서편 하늘을 뒤덮을 때 누추하게 구겨져 아주 잠간 빛나는데 그 모습이 장대하고 거룩해보인다는 것이다. 아주 잠깐. 그 해질녘에.

심보선의 시에는 해가 정말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낮이 슬퍼. 찬란하게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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